지난 주는 대부분의 보도자료가 CES 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예요. 저는 전 직장 재직 시 참관과 참여를 모두 겪어보았는데요, 당시에는 그 넓은 전시장을 발이 부르터라 뛰어다니느라(하루에 4만보 이상 걸었드랬죠.)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사람이란 게 간사하게도 몇 년이 지나니 다시 참관하고픈 마음이 드네요.
사실 CES는 IT, 그 중에서도 하드웨어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대부분의 브랜딩 크리에이터들과는 다소 동떨어진 전시회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전 세계 유수 브랜드들이 참관객에게 눈에 띄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내어 브랜드 체험 공간을 꾸미는 것을 보는 것도 브랜딩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또 미래는 모든 브랜드가 IT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될테니까요.
브랜드비가 좀 더 자리잡으면 CES 참관 공동구매 같은 것을 해보고 싶어요. (사실 이 외에도 MWC, SXSW 가 있다는...) 어서 빨리 쑥쑥 자라야 할텐데요!
2023년 리뷰 마지막 글입니다.
해외 디자인은 국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것 같아요. 특히 시각적 표현 테크닉 측면에서 국내 소규모 에이전시에서는 수행하기 힘든 복합적이고 고난이도의 브랜딩 사례가 많죠.
부러우면서도 한 편으로는 브랜드비가 국내 브랜딩 에이전시들을 연결해주고 연합해서 해외 유수 브랜딩 못지 않은 사례를 만들어 보고픈 욕심이 있어요.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언젠가 시도해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신세계 야구단 SSG랜더스가 약 2년 만에 리브랜딩을 했습니다. 처음 SSG랜더스 로고를 보았을 때 조금(솔직히 말하자면, 매우) "뜨아"했었는데요, 왜냐면 너무 스포츠 프로구단스럽지 않았거든요. 확실히 독특하긴 했어요. 하지만 야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이번 리브랜딩은 미국의 야구단 브랜딩 전문가가 참여했다고 해요. 브랜딩 에이전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아시는 분은 제보 부탁드려요.
통합 브랜딩에서 다시 개별 브랜딩으로
브랜딩 프로젝트들을 하다 보면 합쳤다, 헤쳤다, 다시 합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이번 드라맥스가 그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겠네요.
드라마 전문 케이블 채널 드라맥스는 2022년 iHQ브랜드 일원화 전략으로 iHQ드라마로 변경한 바 있습니다. 사실 저는 케이블 채널을 거의 안 봐서 iHQ가 케이블 채널인지도 몰랐어요. 또, 무려 과거 그 유명한 '사이더스'의 새이름이라는 것도요. 아마 저 같은 사람에게 iHQ 브랜드를 알리고 각인시키기 위해 일원화 전략을 채택했으리라 유추합니다. 드라맥스 외 다른 채널들도 모두 'iHQ+일반명칭'으로 변경했거든요.
그런데 2년이 채 안되어 원래 네임과 로고로 원복했습니다. 보도자료에 의하면 충성도 높은 기존 시청자들을 유입하기 위함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브랜드 때문에 시청자가 줄은 것인지, OTT활성화로 시청자가 줄은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쉽고 빠르게, 저렴하게 해 볼 수 있는 대안이 바로 리브랜딩이죠. (이전 로고를 다시 사용했으니 돈은 안 들었을 것 같네요.)
브랜드에 스토리를 불어넣는 브랜딩
다소 유명하지는 않은 우리나라 신규 PC방 브랜딩입니다. 원래 영어로는 Miss.Terry, 우리말로는 미스테리라는 언어적 유희를 가진 브랜드였는데요, 사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다지 와닿지 않는 브랜딩이었죠. 각 지점마다 미스.테리 아가씨가 상주하지 않는 이상 연관성을 찾기도 어렵고요.
그래서 본연의 단어 Mystery로 영문 네임을 바꾸고 스토리를 부여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에이전시 띵띵땡의 케이스 스터디를 읽어보세요. 강추합니다.
전기차 열등생 Honda의 새 출발
이번 CES에서 일본 자동차 브랜드 혼다가 새로운 로고와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를 발표했습니다. 그동안 혼다 소식이 뜸해서 우리나라의 반일 정서 때문인가 싶었는데요, 알고보니 혼다가 전기차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아 순위도 6위로 내려앉고 소위 '열등생'이 되었다고 해요.
최근 상장폐지한 도시바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은 것일까요? 리브랜딩을 통해 새 출발의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하지만 ZERO라는 전기차 브랜드는 너무 자의적인 네임이 아닐까 싶네요. 혼다는 제로부터 다시 시작한다지만, 소비자는 이미 너무 많은 브랜드를 접했거든요.
개성과 신뢰성의 밸런스, TrustedSec
사이버 보안 회사는 해커가 창업한 사례가 많아요. 일명 '화이트 해커'죠. TrustedSec 역시 화이트해커가 설립한 사이버 보안 회사인데요, 창립자가 독특한 캐릭터를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안대를 한 스마일리를 심볼로 삼았거든요. 너무 독특해서 기억에 남는 장점이 있었지만, 반대로 초기 스타트업 이미지가 강했죠. 이제 포춘 100대 기업에 들 정도로 성장한 기업의 위상을 담기엔 한계가 있었어요.
기존의 아이덴티티를 계승하면서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신뢰성을 표현하는 세련된 리브랜딩 사례입니다. 요것도 케이스스터디 강추합니다.
픽션에 리얼리티를 더하는 가상 스포츠팀 브랜딩
흥미로운 브랜딩 프로젝트입니다. 가상의 브랜드를 브랜딩하는 것은 대부분 실무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위함인데요, 글로벌 유명 에이전시가 가상의 브랜딩을 진행했습니다.
Hawx는 영국BBC 청소년 드라마이자, 드라마 속에 나오는 축구단 브랜드예요. 사실 우리나라 드라마에도 가상의 기업 브랜드와 협찬 브랜드 로고가 등장하는데요, 대부분 단순 로고 박기에 그치고 말죠.
Hawx의 브랜딩은 정식 브랜딩 프로젝트 못지 않게 전문적으로 개발되었어요.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이렇게까지 한다고는 상상도 못했었죠. 명품 콘텐츠의 경쟁력은 이런 디테일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나라도 오징어게임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퀄리티 높은 콘텐츠 제작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