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동안 '크라우드 스트라이크' 라는 사이버 보안 기업의 실수로 인한 전세계 IT 대란이 큰 화제였습니다. 공교롭게도 브랜드비 웹사이트도 지난 주 소소한 수정을 하다가 실수가 있어 주말 동안 사이트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했는데요, 비록 주말 접속자 수는 많지 않지만 얼마나 불안했는지 몰라요. IT가 보편화되면서 생활이 참 편리해졌지만,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사건사고가 터졌을 때 역효과는 더 커지지 않았나 싶어요. 한 번의 실수에 뒤도 안 보고 돌아서는 고객이 많아졌으니 말예요.
브랜드비는 지금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기획 중에 있는데요, 저 같은 기술치가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어요.
휴... 그래서 일단 브랜드비는 "슬로우 IT를 지향한다"고 미리 양해를 드리고 싶습니다. 비록 능력의 한계로 한 발 앞선, 또는 동시대의 기술을 바로 적용하지는 못하지만 천천히 따라가고는 있어요. 특히 남들이 어떻게 하고 있나 분석하는 것은 자신이 있으니까요, 느리지만 알찬 서비스를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해외 브랜딩 에이전시들은 이 디지털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속속 변화하고 있어요. 이번 주 Special Feature는 해외 브랜딩 에이전시들의 리브랜딩을 다뤘습니다.
브랜드 강화를 꾀하는 롯데리아
롯데리아가 12년만에 로고를 리뉴얼했습니다. 작년 일본 롯데리아가 매각되어 '젯데리아'로 변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린 적 있는데요, 해외 범용성을 높이기 위함이 리뉴얼 목적 중 하나라고 합니다. 제품명도 '불고기 버거'가 아닌 '리아 불고기'로 바꾼다고 하는데요, 오글거리는 건 옛날 사람인 저 뿐인 것일까요?
호스피탈리티가 아닌 디스커버리 사업, Banyan Group
반얀트리로 유명한 호텔&리조트 기업 반얀트리 그룹이 반얀그룹으로 사명과 CI를 변경했습니다. 사실 저는 반얀트리밖에 몰랐어서 굳이 리브랜딩을 해야했나 싶었는데요, 알고 보니 하위에 반얀트리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고, 최근 공격적인 확장을 하고 있더군요. 반얀트리 호텔에 한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개선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었습니다.
반얀 그룹은 '여행'을 도피나 휴식이 아닌 'Discovery'라고 정의했는데요, 개인적으로 조금 난해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동양의 붓터치와 나무뿌리에서 영감을 받은 워드마크도 컨셉과 잘 연결이 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는 기존 반얀트리 호텔에 한정적인 저의 고정관념에 기인한 것이라 추후 전개되는 브랜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기쁨으로 맺어진 또 다른 가족, Joybound
요즘은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로고 리뉴얼을 우선시하기에 신규 브랜드 네임을 소개할 일이 많지 않는데요, 제 마음에 쏙 드는 좋은 브랜드 네임을 발견하여 소개드립니다. Before 로고를 보면 아시겠지만 Joybound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동물구조 단체로 "동물구조재단"이라는 무미건조한 이름을 갖고 있었는데요,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이 이름을 버리고 이제 Joybound라는 고유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어요. 단순 구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족을 맞이할 수 있도록 연결한다는 의미가 내포된 이름입니다. 워드마크 디자인도 간결하지만 매력적입니다.
기존에 보지 못한 새로움, Chelsea FC
지난 뉴스레터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축알못이예요. 하지만 archiveB을 업데이트하면서 축알못치고는 축구팀 로고를 꽤 많이 봐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이번 첼시의 리브랜딩은 굉장히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첫째는 과감히 축약형 이니셜을 쓴 자신감, 둘째는 독특한 로고타입입니다. 셋째는 강렬한 파란색이네요. Burn Blue 라는 컨셉과도 잘 어울려요.
한국의 CES가 될 수 있을까? 오세훈의 SLW
일단 기사에 따르면, 한국의 CES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합니다. 이름 및 로고 디자인만 보면 전혀 CES와 연관지을 수 없지만요. CES와 MWC를 여러번 참관한 저로서는, 일단 이 행사가 미국 CES대비 현저히 규모가 작은 코엑스 전시관에서 열린다는 것 자체가 한국의 CES라는 타이틀을 달기에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해요.
브랜딩 에이전시인 CDR에 따르면 디자인에서 CES와 다름을 표현했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왜 보도자료는 모두 한국의 CES라고 얘기하는 것이죠? 기획자로서 항상 맥락과 논리를 따지는 직업병을 가진 저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브랜딩입니다.
어려운 B2B산업재를 브랜딩하다, 롯데케미칼 테크피처
최근 개인적으로 화학 기업의 브랜딩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무척 어려웠어요. 소시적 과학도라며 뽐냈던 저로서도 따라가기 버거운 전문 용어들이 줄줄이 나오는데... 일단 정확한 이해는 포기하고 맥락 정도만 간신히 소화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롯데케미칼 테크피처(Tech Feature) 사례를 더 유심히 보게 된 것 같아요.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이 일상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소비재 브랜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요(너무 당연하긴 합니다), 저는 브랜딩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곳이 B2B 산업 분야라고 생각해요. 일반인들이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뭔지는 알것 같아"라고 말할 수 있게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