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여름이 성수기인 두 산업 분야, 맥주와 여행은 원래 6월부터 대대적인 홍보마케팅에 들어가는데요, 올해는 왠일인지 관련한 브랜딩 소식이 많지 않네요. 또, 최근 본 기사에 따르면 올해 여름 패키지 여행 예약 건수가 기대치를 밑돌아 여행사 및 항공사들이 비상이라고 합니다. 고환율, 고물가 때문인 것일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 뉴스레터는 관련 소식들로 꾸려보았습니다.여름이니까요!
푸드 업사이클링 맥주, 크러스트
작년 곰표 밀맥주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상표 소유주인 대한제분과 제조사인 세븐브로이가 계약만료 후 상도덕과 표절 이슈로 이런저런 말이 많았었는데요, 결국은 모두가 패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신규 계약 제조사인 제주맥주를 포함해서 말이죠!)
이번에는 세븐브로이가 SPC삼립과 콜라보하여, 식빵 테두리를 업사이클링한 밀맥주 크러스트를 출시했습니다. 공교롭게도 곰표와 같은 밀맥주네요. 수제맥주의 인기가 사그러든 요즘, 이번에도 곰표 밀맥주와 같은 성공을 이뤄낼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크러스트의 패키지 디자인이 매우 아쉽습니다. 일단 업사이클링이라는 가치 소비는 둘째치고, 일단 맛있어 보이고, 먹어보고 싶게끔 만들어야 하는 게 우선 순위가 아닐까요?
짝퉁왕국의 선입견을 지우지 못하는 이유, Whee
Whee는 틱톡이 조용히 출시한 인스타그램과 같은 사진 기반 소셜 앱 서비스입니다.
일단 심볼 디자인과 관련해서 말이 많은데요, 누가 봐도 인스타그램과 스레드를 섞어놓은 심볼이기 때문이죠. 엄밀히 말하자면 다른 디자인입니다만, 색상 및 형태적 유사성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사에 따르면 앱의 기능이나 UI도 인스타그램과 유사한 면이 많다고 해요. 이왕 비슷한 것, 철저하게 카피하겠다는 미투전략인 것일까요?
최근 중국 기업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내노라하는 글로벌 에이전시를 척척 고용하는 등, 브랜딩에 있어 무척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는데요, Whee와 같은 사례를 보면 '짝퉁왕국'이라는 선입견이 다시 생길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같은 비행기 창문, 전혀 다른 경험 Aero
Aero는 럭셔리 프라이빗 항공사 브랜드입니다. 처음 심볼을 봤을 때 우리나라 항공사 에어프레미아를 떠올렸는데요, 둘 다 같은 비행기 창문을 메인 컨셉으로 삼았지만 전혀 다른 브랜드 이미지를 주고 있어요. 아무리 같은 컨셉이라도 표현과 디테일을 달리하면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혈관을 탐색하는 마이크로 로봇, Remedy Robotics
사실 이 사례는 브랜딩보다도 기술 자체가 신기하여 소개드립니다. Remedy Robotics는 원격으로 혈관 안에서 작동하는 로봇이라고 합니다. 실제 로봇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만(혈관 안에서 움직이려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엄청나게 작을 것 같긴 합니다.) 뇌졸증 환자에게는 무척 도움이 되는 기술인 것 같아요.
브랜딩에 있어서도 여타 로봇과는 달리 제품 사진을 사용하지 않고, 혈관을 상징하는 강물줄기 사진으로 간접 표현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유럽의 축구 시즌 = 맥주 시즌, Welcome Europe
축알못이라 몰랐는데 벌써 유로2024가 시작되었더군요. 저는 브랜딩 사례를 통해 역으로 정보를 얻곤 합니다.
독일의 맥주 브랜드 Beck's가 Welcome Europe이라는 새로운 축구 쇼를 후원하며 관련 패키지 디자인도 함께 출시했습니다. 패키지 디자인이 각 나라별 국기를 모티브로 한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요, 알고보니 이게 다 유로2024와 연관되어 있더라고요! 고도의 마케팅 전략과 이를 받쳐주는 매력적인 패키지 디자인입니다. 마케팅 관점에서는 이를 통해 얼마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냐가 주요 관심사겠지만, 브랜딩 관점에서는 유로 축구와 Beck's를 연결지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단언컨대 AI로 대체할 수 없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레터링 디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AI는 커녕 인간 디자이너들도 쉽게 따라하지 못하는 분야이기도 하죠. 해외 브랜딩 사례를 보면 내노라하는 글로벌 유명 에이전시들도 레터링 디자이너와 협업을 많이 하는데요, 그 이유는 절대 에이전시 자체 디자이너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닐 것입니다. 전문가이기에 손으로 직접 그리는 특유의 감성과 디테일의 특별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죠.
브랜드비도 언젠가 레터링 디자이너들과 협업할 수 있는 대형(=비용이 충분한) 프로젝트를 직접 설계해볼 날이 오길 바라며, 조금씩 모아온 레터링 디자이너 5명을 소개합니다. 나만 알고 싶었지만, 사실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는 디자이너들일지도 모릅니다. 이 외 다른 레터링 디자이너들을 알고 계시다면 공유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