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B Weekly News Letter
2024.4.09.
웹사이트 리뉴얼을 하면서 조회수 기능을 넣었더니 적나라한 클릭 수에 좀 많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가 쓴 글이 이렇게 클릭할 마음조차 들지않는 흥미없는 글이었구나 하고요... 어떻게 하면 클릭수를 올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독자를 훅킹할 수 있는 제목을 달아야 할지, 대중적 관심도가 높은 주제를 다뤄야 할지 이런 저런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궁극적으로는 대중적 기호에 맞추는 것이 맞겠지만, 그렇게 했을 때 브랜드비 웹사이트 운영이 지속가능할까? 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독자분들도 알다시피 제가 흥미있어 하는 부분은 굉장히 특화된 전문 분야이니까요.
잡생각이 많다보니 글 쓰는게 새삼 참 어렵더군요. 물론 지금까지 쉽다고 생각한 적도없었지만요. 반성과 고민과 약간의 자포자기를 담아 이번 주 Special Feature를 겨우 완성했습니다. 일단은 꾸준함을 우선순위에 두고 노력하다보면 언젠가 대박 콘텐츠를 쓸 수 있지 않을까 위안을 삼아봅니다.
그렇기에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시는 독자분들은 더욱 소중합니다.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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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를 기억하며 다시 태어난 마지막 공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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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1테러가 발생한지 어느 새 20여년이 훌쩍 지났어요. 만약 지금이었다면 AI 합성 영상 아니야?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로 너무나 당황스럽고 충격적이었던 테러 영상이 아직도 제 기억 속에는 남아 있습니다.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부지에 추모 공간이 들어선 이후, 재생 프로젝트의 마지막인 Perelman Performing Arts Center가 2023년 가을 오픈했습니다. 왜 911테러가 일어난 장소에 아트센터를 오픈했을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는데요, 아마도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데 예술의 힘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본의 아니게 서론이 길어졌는데요, 이 새로운 아트센터를 위한 브랜딩이 아주 훌륭합니다. 왜 Porto Rocha가 요즘 가장 핫한 브랜딩 에이전시 중 하나인지 새삼 느꼈다고 할까요. 케이스 스터디 추천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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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영을 위한 새로운 그래픽 디자인 시스템이 개발되었습니다. 스튜디오FNT에서 디자인했구요, 아름답고 매력적인 디자인입니다. 그런데 디자인 완성도와는 별개로 이 디자인을 언제까지 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냐구요? 올리브영은 10여년 전에도 리브랜딩 시도를 했었고, 패키지 디자인에서는 주기적으로 이런저런 시도를 해왔기 때문이죠. 다소 평이한 디자인도 있었고, 예쁜 디자인도 있었어요. 하지만 지속적으로 사용되는 디자인은 없었습니다. 브랜드 런칭 초기와 거의 변하지 않은 로고 디자인과 대비되어 패키지 디자인은 더욱 빈번하게 바뀐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아요. 만약, 올리브영의 로고가 없다면 과연 올리브영을 인지할 수 있을까요? 브랜드가 정점에 있을 수록 더욱 단단한 아이덴티티 강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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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만 놀자, 야놀자의 새로운 CI
개인적으로 야놀자라는 브랜드 네임을 좋아해요. 쉽고 명확하고, 발랄한 이미지가 좋았어요. 비록 저의 개인 성향과는 좀 거리가 있긴 했지만요. 원래 전혀 다른 것에 끌리는 법 아닙니까.
그런데 작년 구조 조정을 하는 등 기업 분위기가 좋지 않더니 기존 브랜드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CI 디자인을 발표했습니다. AI 테크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표현했다고 하는데요, 저는 무척 당황스럽더라고요. 이번 리뉴얼은 CI만이고 브랜드로서의 야놀자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이제 안 놀아"라고 말하는 기업이 서비스 브랜드에서는 "놀자"라고 권유하는 것이 굉장히 이질감이 느껴지는 건 저뿐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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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떼었는데, 로고에 들어간 이니셜은 어떻게 하죠?
한국 콜마가 콜마 홀딩스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네, 드디어 숙원 사업이었던 사명에서 '한국'을 떼는 데 성공한 것이죠. 한국 콜마는 미국의 콜마 사와 합작으로 시작되었고, 현재는 별개의 기업이지만 시작 당시 콜마 브랜드 사용권이 한국에 국한되어 있었기에 계속 한국을 떼지 못했어요. 이번에 콜마의 글로벌 상표권을 획득하면서 당당하게 한국을 떼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 콜마는 예전부터 한국을 떼고 싶어했기에 CI에 한국을 표기하지 않았었어요. 위의 Before&After 로고를 봐도 영문 표기에는 Hankook이나 Korea가 들어가지 않았죠. 그런데 하필이면 심볼은 한국을 상징하는 H와 콜마의 K가 결합된 디자인이네요. 이 어색한 심볼을 계속 유지할지 3년만에 다시 리뉴얼을 할지 궁금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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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모기업의 아이덴티티를 반영하지 않았을까?
PostFinance는 Swiss Post의 금융 계열사입니다. 우리나라 우체국이 금융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Swiss Post와 일관된 CI 디자인을 적용했던 Before 디자인과 달리, 리뉴얼에서는 작년 리뉴얼된 Swiss Post와 전혀 다룬 디자인을 채택했어요. 왜일까요?
궁금해서 찾아보니 Swiss Post의 새 로고가 다른 단체의 CI와 유사하여 논란이 있었다고 합니다. 모기업의 CI가 변경될지도 모르는 리스크를 피해가기 위함인지, 아니면 전략적으로 개별 디자인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PostFinance의 새로운 로고 디자인 역시 다른 브랜드 로고와 유사성 이슈가 제기되었어요. 미니멀한 로고 디자인일 수록 유사성 이슈를 피해가기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이를 정면돌파할지 아니면 협상 등을 통해 해결해나갈지 궁금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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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유니콘의 리브랜딩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Klarna는 유럽의 1위 핀테크 기업입니다. 몇 년 전 화제가 되었던 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 시스템으로 유명하죠. 이번 리뉴얼은 기존 로고를 튜닝하고, 전용서체를 개발하는 Refresh 차원으로 이뤄졌습니다. 눈썰미 좋으신 분들은 디자인 변화를 알아차리시겠지만, 아마도 일반인은 마침표가 없어졌나? 정도로만 인지할 것 같아요.
왜 Klarna가 리뉴얼을 하게 되었는지 배경은 알 수 없지만, 금융권에서는 보기 드문 색상인 핑크를 메인 컬러로 선택한 점이 인상적입니다. 금융의 신뢰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쇼핑 결제 시스템으로서의 즐거움과 친근함을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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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대로 복귀한 포르투갈 정부 브랜드
지난 뉴스레터에서 리브랜딩을 소개한지 얼마 안되었는데요, 좌우가 바뀐 버전으로 다시 소개드립니다.
네, 리뉴얼 발표 당시에도 의견이 분분했던 포르투갈 정부 브랜드 로고가 새로운 총리 취임과 동시에 다시 과거 디자인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해요. 디자인 논란을 떠나 한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총리 마음대로 이렇게 쉽게 바뀌는 것인가 싶어 좀 씁쓸합니다. 우리나라 서울시 브랜드 히스토리가 연상되기도 했구요. 브랜딩이 정치의 도구로 휘둘리는 건 정말 별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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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포 브랜딩이냐, 타이포 마케팅이냐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처음은 요즘 해외 브랜딩 케이스에서 거의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다뤄지고 있는 전용서체 개발에 대해 쓰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쓰다보니 원론적인 이야기는 이미 다룬 글이 많았고, 또 저보다 훨씬 전문가인 분들이 훌륭하게 다루셨기에, 제 글이 상대적으로 너무 초라하더라구요. 그래서 차별화를 고민하다 저의 관심사 중 하나인 무료 폰트 배포와 결합하여 정리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전용서체의 무료 폰트 배포와 관련하여 씁쓸한 경험이 있습니다. 기업 CI 리브랜딩의 일환으로 개발한 전용서체 폰트를 무료로 배포했더니, 아니 글쎄 한 직원이 그 폰트로 회사를 조롱하는 이미지를 만들어 동료 직원들에게 뿌렸더라고요. 그걸 또 CI를 개발한 저에게 굳이 보여준 또 다른 직원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알 수 없고, 또 알고 싶지도 않지만, 심혈을 기울였던 브랜딩이 조롱거리의 도구로 사용되는 것에 큰 충격을 받았었어요. 사용자의 인성 여부를 떠나 악의적으로 오용되었을 때의 리스크를 과연 감당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했습니다만, 저는 아직 도량이 넓지 않아서 그런지 애정을 갖고 개발한 전용서체가 브랜드를 욕하고 비방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을 견디지 못하겠더라고요. 물론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고 하는 이야기도 있지만 말이죠.
아무튼 이런 이야기는 뉴스레터에서만 조심스레 해봅니다. 여러가지 상황이나 개인적 경험에 따라 판단은 다 달라질 수 있어요. 정해진 정답은 없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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